“모든 오래된 것이 머지않아 새로운 것으로 탄생할 것이다”라는 스티븐 킹의 말을 떠올리며 오래된 얘기들에서 상실감을 찾아내야 된다는 생각을 해 본다. 다산 정약용의 18년간 유배길에서 500여권에 달하는 목민심서 경세유표등 유명한 책을 쓰면서 방대한 저서들과 그 시절에 지식인들의 치열한 기록의 산물을 보면서 한편으로 놀라울 뿐이다. 자료수집을 위한 기동성도 열악하고 관련 서적들도 귀한 시절에 환경적으로 모든게 비효율적인 시대에 그런 방대한 저술 활동을 한 사실에 얼마만한 노력의 결실일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약전은 흑산도로 16년간 유배생활에 해산물을 조사한「자산어보」가 그렇고 김려가 진해 앞바다의 물고기를 관찰해서 엮은「우해이어보」그리고 유득공이 비둘기에 관한 기록물「발합경」영의정을 지낸 이서구가 앵무새에 관한 정보를 모아쓴「녹앵무경」등 당대의 많은 저서들이 그러한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사소한 취미에서 한 것이든 아니든 일단 호기심이 생기면 자료 수집과 함께 치열하게 기록했던 것이다. 유구한 세월과 시간 흐름속에서 그런 인물들이 열정적인 기록들이 오늘날 방대한 정보의 바다를 이루는 기초가 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1801년 천주교 박해사건인 신사유옥에 연루된 동생 다산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되고 둘째형 손암 정약전은 흑산도로 유배생활을 했다.「자산어보」의 서책을 보면 척박한 흑산도 어촌에서 정약전이 바다물고기에 마음을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바닷가를 거닐던 어느 날 손암은 수평선 위로 물살을 가르고 하늘을 뛰어오르는 물고기가 있으니 날치였음을 보게 된다. 그리고 신비스런 생명체들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면서 궁궐의 화려한 어느 것보다 규장각에서 논쟁을 벌였던 것 보다 더 매혹적인 생명체의 세계를 깨닫게 되고 그 생명체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고 있었다.

육지가 아득한 죽음의 유배지에서 한국 최초의 해양 생물학 백과사전「자산어보」가 그렇게 탄생되고 우리 곁으로 영화로 만들어 다가왔다. 손암 선생이 후세에 높이 평가하는 것 세 가지 이유는 학문적 가치, 변변한 시험 기구도 없이 물고기를 해부하고 그림 그리듯 묘사한 과학적인 면모, 그리고 유배생활속에 한탄과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고 굳은 의지로 감내하면서 연구하는 학자다운 모습을 재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방안에서 손가락 하나로 클릭해서 사막의 동식물들, 바다의 해산물과 해조류까지 이름을 설명해주는 풍경으로 기나긴 여행을 할 수 있다. 한두 가지 옷을 걸친 아프리카 아낙네들, 학교도 다니지 못한 티벳 소녀들도 카톡과 인터넷 바다를 항해할 날도 멀지 않았다는 느낌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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